2020년 08월 의사들의 파업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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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죠, 바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있었던 때가 말입니다. (전공의가 무엇인지는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의사 전공의란 무엇인가 - 전공의 전문의 무슨 차이?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블로그를 하다보면 많은 분들께서 의사라는 직업, 의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의사가 어떠한 일은 하는지 등등 의사에 대하여 관심이 많은 것을 느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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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의 핵심 노동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들이, 많은 양의 업무에 다른 일에는 신경쓸 시간도 별로 없는 그들이 도대체 왜 파업을 하고 나선 것인줄 아시나요?

 

 

더불어 이틀 뒤인 14일에는 전국 의사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파업이라는 부정적인 말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의사의 파업이라는 말에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먼저 나오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아무래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중요한 일을 하는 의사들이 파업을 한다면 환자들은 어떡하냐"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있고 말입니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의사 단체에서 파업이라는 강경대응을 하게되었는지 그 속사정을 알게되면 이해는 되실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2020년 8월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고 합니다.

 

 

 

 


 

1.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올해 우리에게 닥친 최악의 전염병이며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COVID-19 사태를 겪으며 재난에 맞서 열심히 싸우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덕분에 챌린지" 캠패인이 일어났었습니다.

 

 

이는 기존에 "의사들은 돈 밖에 모른다," "불필요한 검사나 해대고 의사들은 믿을 수가 없다"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가 되었던 의사에 대한 편견을 어느정도 완화시킨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챌린지에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며 의사들은 앞으로 그들의 어려움과 잘못된 의료 제도를 어느정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 기대감까지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에서는 의료계에 단 한 마디의 자문을 구하지도 않고 의사 증원이라는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내세운 근거는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2.4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에 비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들었을 때는 그렇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근거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통계 수치 하나로 무턱대고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생각도 들어보아야 했던 것 아닐까요? 의사협회에서는 의사 수 증원에 대하여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나라 국토면적 대비 의사 밀도는 10㎢당 12.1명으로 OECD 국가 중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구당 의사수는 부족해보일 수 있으나, 땅 면적대비 의사 밀도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통계의 단편적인 면만 보아서는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것입니다.

 

 

2)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천 명 당 활동하는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로 OECD 평균보다 높습니다. 인구 증가율이 0%대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활동 의사 수의 증가율 이미 충분한 수준으로 생각되며, 전문가들은 2028년이면 OECD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3) 전국적으로 의사 수를 부족하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보아야 합니다. 서울에는 분명히 의사 수가 충분하며 이는 건물 한 개에 2-3개의 병원이 자리잡고 있는 것만 보아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병원은 물론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결론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료정책의 실패로 인해 의사들이 전공을 택할 때 인기과로, 그리고 서울 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이 문제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그 어떠한 조언도 들어보지 않고 무턱대고 의사수를 늘리라고 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의사들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고 취급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의료제도의 실패에 대하여 이야기 하자면 머나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이와 관련하여 추후에 정리해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추가) 유튜브를 보던 중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내용을 잘 정리한 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

 

 


 

2. 의사 증원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 의문

 

 

정부에서 의사수를 증원하기 위해 내어놓은 정책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의사수를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명을 증원하겠다
  • 그 중 300명을 지역의무복무자로 지정하여 학비와 기숙사비 지원하고 지역중증의료기관에 10년간 복무하도록 한다. 만약 복무를 거부할시 면허를 취소하고 학비를 반납하도록 한다
  • 이러한 의사를 선발하는데 특별전형을 신설한다

 

 

"이것이 뭐가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의사를 만들어 놓으면 의료가 취약한 지역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의무적으로 일을하게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본문 초반에 링크하였던 전공의에 대해서 읽어보신 분이라면 바로 문제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의사 면허만 딴 후 병원을 차리거나 하여서는 한 사람의 의사로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너도 나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없는 상태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당장 여러분이 다니는 의원만 방문해 보아도 어디 대학교병원 전문의 자격증은 다들 내걸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든 싫든 우리나라 의사들은 전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이를 감안하였을 때 인턴 1년과 레지던트 4년의 과정을 거치면 이미 5년 이라는 시간이 경과합니다.

 

 

물론 인턴과 레지던트를 서울에서 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서울의 전공의 수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전공의들이 이미 지방의 대학병원에서 열심히 수련을 받고 있습니다.

 

 

남자의 경우에는 군대 복무 또한 하여야 합니다. 군의관으로 복무를 하든, 공중보건의로 복무를 하든 이 때의 전문의는 대부분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복무기간 3년 2개월을 합치면 총 8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이미 경과하는 셈입니다.

 

 

즉, 10년간 의무적으로 의료취약 지역에서 일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볼만한 기간은 1년 10개월에서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에 이미 군대에서 비슷하게 의대 위탁교육 군장교 제도를 시행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소위 "돈 되는 과들"로 군의관들이 몰리는 현상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였을 때,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실효성이 심히 의심됩니다.

 

 

오히려 이러한 특별 전형들이 새로 생길 때 항상 뒤따랐던 입시 비리 등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나랏일 하는 분들의 자녀들을 의과대학에 보내기 위한 편법적인 제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럴까요...

 

 

 


 

3.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준다니...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발빠르게 정치인들에게 의사수의 증원하는 방법으로 의사와 한의사 교차면허를 주장하였습니다. 한방사들과 한의대 학생들에게 의사국가고시를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합격할 경우 의사로 만들어주자는 것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억지스런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한방사들이 주장하길 의학은 인체를 마치 기계처럼 보아 장기별로, 계통별로 쪼개서 고치는 것에만 능하고 급성기 질환에만 일시적 효과가 있을 뿐 인체통합적,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한방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습니다.

 

 

명확하게 의사와 한방사의 경계를 지었던 것입니다.

 

 

사회가 성숙할수록 그런 그들의 치료행위가 비과학적이며 근본이 없는 치료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고 발길이 끊기게 되어 그들의 사업장 운영이 힘들기 때문일까요?

 

 

언제부턴가 한방사들은 엑스레이, 심전도 등 한방과는 관계없는 의료기기들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다루고, 한약이 아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는 듯 의사의 영억을 넘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필자가 겪은 한 케이스를 아래 링크를 통해 참조해주세요)

 

 

내가 한의원에 가지 않는 이유 ① - Feat. 복사뼈 골절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저는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학창시절까지도 의대와 한의대의 차이를 잘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두가지 모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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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한 저 주장은 필자가 보기엔 이제 그냥 한방사가 아닌 의사가 되고싶어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의과대학과 한의대에서 배우는 내용은 그 근본부터 다를 뿐더러 실제로 임상 상황에서의 치료 또한 완벽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국가고시만 통과하였다고 의사 자격을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의사국가고시는 의사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의 자격 중 한 가지일 뿐,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해야 할 국가고시에는 포함되지 않는 기초 학문들과 병원에 출퇴근하여 실습함으로서 겪어볼 수 있는 각종 경험들을 간과하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진정 한방사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면 그들 또한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의사가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수료하면 됩니다.

 

 

현대의학의 기본적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는 그들에게 단순히 시험 하나 합격한 것으로 의사 자격을 주는 것은 의료의 질을 현저하게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본인들 분야에서 열심히 하시길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한 편으로 끝내려고 하였으나 글을 작성하다 보니 내용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오늘 글을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일이 있어서 시간 관계상 다음 글에 의사들이 파업하는 나머지 이유들을 이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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