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네, 얼마전에 정부측 대변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의사는 공공재"라는 말입니다.
필자는 이에 대하여 "공공재" 중 한 명으로서의 본인은 도저히 납득지 되지 않습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정부의 독재 행위에 대하여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글에서는 한탄을 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보건복지부는 의사를 사람(국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필자가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의료는 서비스적인 차원에서 공공재의 성격을 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또한 나라에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전국민이 그들이 필요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사라는 인격체 자체를 공공재로 취급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입니다.
공공재라는 단어를 네이버 사전과 백과사전에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사전인 의미를 보았을 때 공공재란 결국에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물건" 및 "서비스" 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엄연히 "사람"이며 "국민"이기도 한 의사를 한낯 물건 취급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의사들을 인격체에서 또로, 항만, 교량, 공원 따위와 동일한 위치로 전락시키는 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 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의무을 강요한다
백 번 양보하여 사람인 의사를 정말 공공재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가정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공재는 그 특성상 국가에서 직접 확보를 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공재라고 가정된 의사 또한 나라에서 직접 양성하였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회사 발령에 의해 해외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을 미국계 국제학교를 다녔으며, 고등학교는 한국으로 돌아와 특목고를, 대학교는 사립 의과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무 교육 기간인 중학교 까지를 제외하고, 의사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고등학교 또한 제외를 하더라도, 의과대학을 입학하여 졸업할 때까지 필자는 나라에서 그 어떠한 지원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다행히 저는 부모님께서 어떻게든 학비를 지원해주셨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학교를 다녔으나, 제 동기들 중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자금 대출을 받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공부하여 졸업을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만약 의사가 공공재라면 나라에서 직접 양성하였어야 하기 때문에 필자가 의사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었어야하지 않을까요?
하다 못 해 의사국가고시 응시료도 필자가 직접 부담하였습니다.
국가에서 발급하는 의사면허를 주었다고 하여 의사를 공공재로 취급해버린다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모든 국민 또한 공공재로 취급하여 나라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성립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옳든 그르든, 의사의 파업이 잘 되었든 잘 못 되었든 그런 것들을 떠나서 얼마전 정부가 의사를 공공재 취급한 것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현재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의사와 정부간의 갈등이 지속될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과 의사들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하루빨리 문제가 많은 정책들을 철회하고 의사들과 함께 당장 코 앞에 닥친 코로나 팬데믹부터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긴 한탄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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