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8월 21일 시작된 전공의 파업에 이어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저 또한 뉴스와 인터넷 기사 등 여러 매체를 보았으며,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많이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저는 당연한 말씀이지만 동의하는 입장인데요, 반대하는 분들 중에는 왜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지에 대하여 잘 모를 뿐더러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의사라는 집단 자체에 대하여 무작정 욕하는 분들도 있어서 많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정부에서 언론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것 또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차치하고 지난 번 글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도 2020년 8월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를 이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의 1편 링크 또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0년 08월 의사들의 파업 ①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죠, 바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있었던 때가 말입니다. (전공�
naman-bora.tistory.com
4. 첩약의 급여화
이번 정책의 메인 요소인 의대 증원에 슬쩍 끼어서 들어와있는 정책으로 한약 첩약의 급여화가 있습니다.
이는 한약의 일종인 첩약이 기존에는 비급여 항목으로, 처방받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컸었던 것을 급여화 하여 나라에서 대부분을 지원해준다는 취지의 정책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보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기에"만 그런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어떠한 항목을 급여화 한다는 것은 그 항목에 대한 환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측면이 있고, 그것은 바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항목을 급여화 한다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그 항목을 선정함에 있어 몹씨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약의 일종인 첩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필자가 보기에 여러가지로 불필요한 정책입니다. 이는 기존에 현대의 약품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고, 검증되고, 출시되는지를 아는 분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추후에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한약을 대체 가능한, 아니 확실하게 검증된 의학품이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국민의 세금 부담을 증가시켜가며 추가로 급여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에게 항암제 등의 고가의 약물을 급여화해달라는 요청을 과거부터 꾸준히 해왔었습니다. 현재 많은 암환자 분들께서 한 달에 수백만원이 넘는 본인부담금을 지출해가며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며, 한 가정의 뿌리를 흔들만큼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의료에 필요한 비용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유행이 시작되어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임은 저명한 사실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절실히 급여화가 필요한 항목에 대하여는 번번히 거절하고 무시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정신없는 이 시국에 한약의 급여화라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소염제 같은 몇 백원짜리 약물로 다스릴 수 있는 생리통을 위해 수십만원 하는 첩약을 급여화하면서 말입니다.
독자분들은 본인들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낸 세금을 낭비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 원격의료 / 비대면 진료
다음으로는 바로 원격의료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이 항목은 다른 항목들에 비하여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이에 대하여는 필자 또한 이야기 할 내용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원격의료, 비대면 진료라는 것을 시행하기에는 현대 사회의 기술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진료할 때에 구성되는 요소로는 환자의 증상 및 병력에 대한 문진, (시진, 청진, 촉진, 타진 등의) 신체검사, 혈액 및 영상 등의 검사, 치료에 필요한 처방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원격으로 진료를 하게 될 경우 다른 요소들은 충족될 수 있을지언정 환자에 대한 신체검사는 아직까지는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혈액, 영상 검사 또한 아직까지는 원격으로 대체될 방법이 없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 분야를 굳이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제가 의과대학을 다닐 당시, 과목명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병원 경영에 대한 교양과목을 강의하시던 교수님(의사 아님)께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에서 의사가 지나가다가 이유없이 뺨을 맞아도 주변 사람들이 잘 되었다고 박수를 칠 것이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이라 생각하였지만, 이번에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 일부분에서는 의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이 담겨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길거리에서 의사가 이유없이 뺨을 맞으면 소수의 사람들은 박수를 칠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애초에 그런 분들은 정책이 어쩌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여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적어도 제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서는 의사의 입장은 어떠한지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2020.08.26)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정부와 의협이 잠정적으로 합의를 하였으나 전공의들 때문에 무산되었다는 식으로 하루종일 방송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휴대폰으로 온 의사협회의 문자를 통해 본 협회의 주장은 정부와 합의를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필자는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 이지만 주변인들이 정치인들의 공약 및 행보에 대하여 이야기 하여도 잘 알지 못하며, 여당이 어쩌니 야당이 어쩌니 하는 것도 무슨 말인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필자도 한 가지 느끼는게 있으니 이번 정권은 사람이 먼저니 소통을 하고싶니 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보면 부동산 정책도 그렇고 의료 정책도 그렇고 사람을 생각하지도 않고 소통을 하지도 않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글이 길어졌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주셨길 바라며,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기의 오피니언 > 의학, 의사, 그리고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대 정원 확대 사태에 대한 팩트 (유튜브 영상 공유) (0) | 2020.08.29 |
---|---|
의사는 공공재가 아니다 (0) | 2020.08.27 |
2020년 08월 의사들의 파업 ① (2) | 2020.08.12 |
병원간의 전원 시스템 - 그냥 막 가서는 안 됩니다 (0) | 2020.06.26 |
연명치료의 중단 및 보류 - 가망없는 환자를 위한 선택권 [DNR] (0) | 2020.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