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대학병원에는 각종 직군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사부터 시작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직종이 없습니다. 필자는 그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직업이 바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로 의사이기 때문이죠.
아무튼 대학병원에서는 의사라고 다 같은 의사가 아닙니다.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하여 막 의사로서 일을 시작하고 배우기 시작한 인턴 의사가 그 중 하나입니다. (인턴과 관련하여서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턴 과정 만큼이나 힘든 레지던트 과정에 대하여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레지던트라는 말은 필자의 주변 사람들도 다들 알고 있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레지던트라는 지위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레지던트는 의사라는 점입니다. 희한하게도 레지던트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아직 의사가 되기 전의 학생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레지던트는 5년간의 전공의 과정 중 첫 1년인 인턴 이후에 4년동안 자기만의 전문과를 전공하고 공부하며, 실제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는 숙련된 의사입니다.
레지던트는 과에 따라 3년 혹은 4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과가 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밟도록 되어있는데, 2020년 현재 3년간 수련하도록 되어있는 과들은 가정의학과, 내과, 그리고 일반외과가 있습니다.
의사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의학적 지식을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으로 환자를 보고, 적절한 처방을 내리고, 필요한 시술 및 술기를 행하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레지던트 과정은 본격적으로 환자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레지던트는 체계적으로 본인이 전공하는 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로 4년간의 경험을 쌓았는데, 1년차 때는 주로 경환(증상이 경미한 환자)에 대한 진료 및 치료를 맡았으며 연차가 올라갈 수록 보다 중증의 환자, 그리고 심정지 등의 최고 응급 환자를 맡아 치료하였고, 아랫년차의 진료행위에 대한 지도도 겸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는 레지던트라는 4년의 기간동안 마치 계단을 오르듯 한 단계씩 천천히 경험하고 습득해가며 전문의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지만, 예를들어 정형외과 같은 수술을 하는 과의 경우에는 1년차 때는 주로 교수님들의 입원 환자에 대한 주치의 업무를 맡고, 2년차 때는 1년차의 입원 환자 주치의 업무에 대한 감독과 응급실 환자의 진료, 3년차 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술방에 들어가 수술을 보조하고 경험하며, 4년차 때는 수술방 업무와 더불어 전문의 시험 공부를 합니다.
내과 같은 경우에는 1년차 때 마찬가지로 입원환자에 대한 주치의 업무, 2년차 역시 1년차의 입원 환자 주치의 업무 감독과 응급실 환자의 진료, 3년차 때는 외래 진료를 보고 기회가 된다면 내시경 등의 술기를 배우고 전문의 시험을 공부합니다.
(위의 예시들은 병원마다 그리고 과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예시입니다.)
레지던트의 업무는 필자가 생각하였을 때 인턴 업무보다는 육체적으로 덜 힘듭니다. 인턴은 주로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인 술기 등 몸을 쓰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노동의 강도로는 의사들 중 최고로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레지던트는 이러한 잡다한 술기 등에서 벗어나긴 하지만, 인턴 때에는 없었던 환자에 대한 의학적 결정, 처방, 그리고 책임에 대한 소지가 있어 비록 육체적으로는 조금 편해졌을지언정 정신적으로는 훨씬 힘듭니다.
본인이 주치의로 있는 환자에 대하여 사소한 것 하나하나 전부 알아야 하며, 만약 환자의 상태가 변화되거나 할 경우에는 즉각적인 판단을 통해 메니지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지던트는 틈틈이 공부도 많이 필요합니다.
사실 레지던트의 가장 힘든 점은, 이렇게 환자를 진료하고 전공과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과는 별개로 전문의가 되기 위한 자격과 요건들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회별로 요구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레지던트를 수료하는 4년 동안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전공의 수첩"을 완성하여야 하며, 최소 한 편의 논문을 작성하여 개재하여야 하고, 대한의학회에서 주관하는 전문의 시험에서 통과를 해야만 완전하게 수료가 됩니다.
업무 시간에는 그 때에 해야될 일이 있기 때문에, 주로 업무 시간이 아닌 때에 이러한 준비를 해야하므로 레지던트는 비록 퇴근하여도 무작정 마음 놓고 쉴 수 있지 않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레지던트 과정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비록 힘든 과정이지만 레지던트 과정을 완성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전문의" 타이틀은 그만큼 매력적입니다.
필자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습득하였으며, 오랜 기간동안 고생은 하였지만 절대로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부디 이렇게 힘들게 하여 전문의가 된 의사들을 너무 돌팔이 취급하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리며, 이번 글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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