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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여러분들은 병원을 방문하게되면 두려운 것이 어떤 것이 있나요? 상당히 많은 분들께서 바로 바늘을 떠올릴 것입니다. 필자 또한 그런 것이, 주사는 누구든지 싫어할만 합니다.

 

 

하지만 일반 근육 주사나 링거 주사는 사실 바늘이 짧고 작은 편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시술 및 술기에서 사용되는 길고 굵은 바늘들이 있습니다.

 

 

이번 오기의 의학 상식에서는 제법 긴 바늘을 사용해야 하는 요추 천자(lumbar puncture or spinal tap)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추 천자라는 용어를 풀어서 이야기 하면 허리의 뼈인 요추 부위를 천자, 즉 바늘로 뚫는 시술입니다. 도대체 왜 느닷없이 허리를 바늘로 찔러버리는 걸까요?

 

 

Vertebra = 척추, Spinal cord = 척수, Cerebrospinal fluid = 뇌척수액, Needle = 바늘, Skin = 피부 [Diagram showing how you have a lumbar puncture CRUK 157 by Cancer Research UK, CC BY, 편집]

 

 

이는 바로 바늘을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로 진입시켜 수막(meninges)을 뚫은 뒤 해당 부위에 존재하는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을 채취하기 위한 것입니다.

 

 

뇌척수액은 뇌에서 생산하는 액체로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으며, 머리 안에 부력을 제공하여 무거운 뇌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외부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등 여러가지 역할을 합니다. 

 

 

임상 상황에서는 이러한 뇌척수액을 검사하여 의미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요추 천자를 통해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의 감염, 염증, 종양의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용도가 바로 뇌수막염의 진단에 있습니다. (뇌수막염이라는 질환에 대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뇌수막염 - 열 나면 당연히 머리가 아프다지만.. [Meningi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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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n-bora.tistory.com

 

 


 

그렇다면 머리 안에도 있고, 척수를 따라서 존재하는 뇌척수액을 왜 하필이면 요추 부위, 즉 허리에서 뽑게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요추 부위의 크게 두 가지 장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 번째로는 요추의 구조가 다른 척추뼈에 비해서 척수 천자에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Cervical vertebra english by user:debivort,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ervical_vertebra_english.png, CC BY]

 

 

머리 같은 경우에는 두개골이 존재하기 때문에 바늘의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데,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는 후방으로 바늘을 진입시킬 경우 수막과 뇌척수액이 있는 공간에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Spinous process (극돌기)

 

 

요추는 다른 척추의 뼈들보다 극돌기(spinous process)가 비교적 수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바늘이 진입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각도의 차이 때문에 허리쪽에서 검사를 하는 것이 술기의 성공률을 높여주는 요인이 됩니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척수(spinal cord)가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팔, 몸통 등으로 가지를 치고 나가기 때문에 허리쪽에 와서는 윗부분에 비하여 많이 얇아져 있다는 점입니다.

 

 

즉, 그만큼 수막 안에 척수의 비중이 적으니 뇌척수액이 차지하는 공간이 넓고 결과적으로 더 쉽게 뇌척수액을 뽑을 수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척수를 바늘로 찔러 손상시킬 가능성 또한 더 낮아지게 됩니다.

 


 

시술의 과정은 비교적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는 옆으로 누워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자세를 취한다 [Diagram showing how you have a lumbar puncture CRUK 157 by Cancer Research UK, CC BY, 편집]

 

 

우선 환자는 옆으로 누운 뒤 등을 새우처럼 구부려 요추의 극돌기가 더욱 수평이 되도록하여 술기를 더 용이하게 해주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협조가 잘 되는 환자일수록 시술의 성공률은 더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시술자는 허리 부위에 충분한 마취를 한 뒤, 바늘을 허리부위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에 진입시켜 척수 주변의 수막을 뚫은 뒤 뇌척수액을 채취합니다.

 

 

바늘을 찌르는 과정에서 바늘이 척수를 찌르거나 하면 다리 부위가 찌릿할 수 있는데, 그런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시술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바늘이 척수를 찌른다고 하여도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특별한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과정에 사용되는 바늘은 제법 길고 굵습니다. 때문에 바늘이 들어간 상태에서 심하게 움직이거나 할 경우에는 부상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척수액이 나오는 속도가 다르지만 보통 충분한 뇌척수액을 채취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5분 정도가 걸립니다. 하지만 잘 나오지 않는 분들에서는 길게는 1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시술자는 충분히 뇌척수액을 뽑았다면 시술자는 바늘을 조심스레 몸에서 제거하고 마무리 소독 등을 해줍니다.

 

 

 

 


 

시술이 끝나고 나면 환자는 최소 4시간 가량을 똑바로 누은 자세로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요추 천자 후 두통(post-lumbar puncture headache)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만약 잘 지키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면 두통 때문에 온 병원인데 더 심한 두통으로 고생을 해야될 수도 있습니다. (요추 천자 후 두통과 관련하여는 추후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요추 천자 후 두통의 예방을 위해 누워있어야 되는 4시간 동안 검사 결과는 얼추 나올 것이므로 누워서 결과를 듣게 될 것입니다.

 


 

보통 요추 천자는 신경과 혹은 신경외과에서 주로 시행을 합니다. 응급의학과에서는 흔히 하는 시술은 아니지만 검사가 꼭 필요한데 시술을 할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소양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필자 또한 수차례 해본 시술이기는 하나 크게 익숙하지는 않은 술기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하고싶지 않은 술기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서 건강하시어 이런 술기를 해야할 필요가 없길 바라며,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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