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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제가 인턴이 되어 의사로서 첫 걸음을 시작하고 병원의 오만가지 잡일을 다 하던 시절에 가장 하기 싫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심전도 검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검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검사를 하는 것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심전도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몸에 다수의 전극을 부착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장신구를 제거해야 하며, 움직임이 최소화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협조가 잘 되는 환자들에게는 금방 끝날 수 있는 검사이지만, 모든 환자가 다 협조적이지는 않은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전도 검사는 이런저런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검사임은 분명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심전도(electrocardiogram)에 대하여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심장은 간단히 말하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나의 펌프라고 생각하면 더 편하겠습니다. 심장이 수축되면(쥐어짜이면) 전신으로 피를 짜주고, 이완하면 온몸으로부터 피를 돌려받아 다음 수축을 준비하는 것이죠.

 

 

구조와 과정은 복잡하지만, 어찌되었든 심장은 전신에 피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Diagram of the human heart (cropped) by Wapcaplet, https://en.wikipedia.org/wiki/File:Diagram_of_the_human_heart_(cropped).svg, CC BY]

 

 

그렇다면 이 수축과 이완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기적 신호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호는 측정하여 그림으로 그릴 수가 있는데, 그런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심전도 검사입니다.

 

 

즉, 심전도 검사는 말 그대로 심장의 전기적 신호를 기록하여 그려낸 것입니다. 

 


 

심전도 검사는 신체에 바늘을 찌르거나 하는 등의 침습적인 검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여러군데에 전극을 부착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EKG leads by Npatchett,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KG_leads.png, CC BY]

 

 

심전도 검사에서 전극을 부착하는 부위는 양측 팔, 왼쪽 다리 및 가슴의 6곳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총 12 방향의 심전도 리듬을 얻어 평가를 합니다. 각 리듬은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심장 특정 부위를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WPW 증후군 환자의 심전도 소견 [Wolff-Parkinson-Whie syndrome 12 lead EKG by Ksheka,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olff-Parkinson-White_syndrome_12_lead_EKG.png, CC BY]

 

 

이렇게 해서 얻게 된 심전도 검사 결과는 비전문가가 보고 해독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사실 전문가인 의사들도 오랜 기간의 경험과 많은 공부를 통해 심전도를 판독하는 능력을 키워나갑니다.

 

 

필자의 경우 과거에 이 심전도를 검사하고 판독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싫어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하였었습니다. 현재에도 가끔씩 환자에게서 이상한 심전도 결과가 나오면 한 번씩 멘붕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어려운 심전도는 전문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께서는 심전도가 어떤 원리에서 어떤식으로 그려지는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왕 시작한 김에 심전도의 전형적인 그래프가 그려지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궁금하지 않으신 분께서는 이번 단락을 스킵하셔도 무방합니다)

 

 

 

 

위의 사진을 참조하여 글을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심장의 박동은 심전도 P파에서부터 시작하며 이 때에 발생하는 것은 심방의 수축입니다. 동방결절(SA node)에서 시작된 신호가 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수축이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심방으로 퍼진 전기적 신호는 방실결절(AV node)에서 이어받아 심실로 퍼트리게 됩니다. 이윽고 이어지는 심실의 수축에서 발생하는 심전도 파형은 QRS복합입니다. 동시에 심방의 이완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T파와 함께 심실의 이완이 발생합니다.

 


 

검사하는 것도 번거롭고, 평가 및 분석하는 것도 어려운 심전도 검사는 그렇다면 왜 하는걸까요? 그건 바로 심전도 검사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심장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검사이기 때문입니다.

 

 

단편적으로 언급하자면 응급 질환 중 심정지 다음으로 응급한 질환들 중 하나인 심근경색(myocardial infarction)을 진단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심전도 검사입니다.

 

 

 

 

이외에도 두근거림,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있을 때도 심전도 검사를 통해 심각한 부정맥이 없는지 등의 상황을 심전도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환자의 심장 상태를 평가하는 가장 빠르면서도 기본적인 검사가 심전도인 것입니다. 번거롭더라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검사인 셈이지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심전도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검사자 입장에서는 자꾸 줄이 엉키는 전극들을 풀어가며 환자에게 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환자 입장에서는 상의 탈의도 하고 검사가 완료될 때까지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심전도 검사는 이런저런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검사입니다.

 

 

혹시라도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를 왜 하는건지 궁금하였다면 이 글을 통해 어느정도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길 기원하면서, 이번 글은 여기까지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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