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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정신 없는 시국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어느덧 6월이 되었네요. 벌써 2020년의 상반기가 끝나가는 만큼 계획했던 것들을 잘들 이루고 계신지요?

 

 

저는 수많은 것들을 계획하였는데, 아직까지 만족스런 경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블로그를 하며 애드센스를 달아보는 것 또한 그 많은 것들 중 하나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직 제대로 된 평가 및 승인을 받고있지 못하네요.

 

 

그렇지만 어느덧 질병에 대한 글, 의사에 관한 글 등 이런저런 포스팅을 하다보니 글 쓰는 것 자체에도 흥미가 많이 생겼고, 꾸준히 할수록 더디지만 천천히 커가는 블로그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각설하고, 블로그의 본질로 돌아가 이번 오기의 의학 상식에서는 뇌수막염(meningitis)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아의 뇌수막염과 관련하여서는 추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병원을 찾게되는 수많은 증상 들 중 가장 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발열 때문입니다.

 

 

 

 

발열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가벼운 감기부터 시작해 폐렴같이 심각한 질환까지 정말 다양하게 있습니다. 즉, 큰 문제 없이 그냥 지나갈수도 있지만, 반면에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서 열이 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열이난지 수 일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합니다.

 

 

뇌수막염은 발열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많은 경우에서 큰 문제 없이 보존적인 치료만으로 충분하지만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질병입니다.

 


 

제 이전 뇌출혈 관련된 포스팅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뇌수막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뇌출혈의 여러 종류가 분류되는 방법이 뇌수막의 어디 부위에 발생하였냐에 따라서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뇌출혈 - 종류 및 특징 [Brain hemorrhage]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머리 속의 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뇌 동맥류 그리고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에 대하여 다루어 보았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

naman-bora.tistory.com

 

 

뇌수막염이란 말 그대로 그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뇌수막(meninges)에 생기는 염증을 뜻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다시 한 번 머리 부위의 해부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Meninges : 뇌수막  [Meninges of the central nervous parts by Mysid, https://en.wikipedia.org/wiki/Dura_mater#/media/File:Meninges-en.svg, CC BY]

 

 

머리는 간략하게 겉에서부터 안쪽으로 두피, 두개골, 수막, 그리고 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러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피부와 뼈 등의 조직에 의해 외부 위협으로 부터 보호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뼈의 아래에 있는 수막에 염증이 생겨 뇌수막염에 걸릴 경우에는 특징적인 증상과 징후 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뇌수막염에는 대표적인 증상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증상은 앞서 언급한 발열인데, 특히나 갑자기 발생하는 고열이 특징적입니다. 하지만 발열 자체는 여러 질환에서 발생한다고 언급한 만큼 열 나는 증상만으로 뇌수막염을 진단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증상은 두통입니다. 머리 안의 염증이 발생한 질환인만큼 두통은 당연하게 발생하는 증상입니다. 뇌수막염에 의한 두통은 그 정도가 심하여 마치 "깨질듯한" 통증이라고 많이들 호소합니다. 하지만, 발열 자체가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두통만으로 뇌수막염을 진단하여서는 안 됩니다.

 

 

뇌수막염에서 두통은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마지막 증상은 경부 강직(neck stiffness)입니다. 이는 뇌수막이 자극되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로, 뒷 목이 뻣뻣하고 아픈 증상을 말합니다.

 

 

이외에도 염증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의식의 변화와 피부의 발진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원인은 감염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한 감염원 중 어떤 것에 감염되었는지에 따라 중증도는 확연하게 달라집니다.

 

 

가장 예후가 좋은 것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인데, 대부분의 경우에서 발열을 조절하고, 두통을 완화하는 등 대증적인 치료만으로 충분히 낫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외에 세균성 뇌수막염, 진균성 뇌수막염 등의 경우에는 증상도 심하며 환자의 상태가 훨씬 심각하고 목숨이 위중할 수 있습니다.

 

 

세균성 뇌수막염의 치료의 핵심은 항생제이다 [Antibiotics by Rob Brewer, https://www.flickr.com/photos/rbrwr/117311111, CC BY]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또한 감염이 더 진행하여 뇌 쪽의로 퍼지게 될 경우 경련 등 심각한 증상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가볍게 생각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감염 외에도 종양, 약물 등의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서 뇌수막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갑작스럽게 열이 나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뒷 목이 뻣뻣하여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면 그 진단은 어떻게 내려야 하는걸까요? 피 검사를 해야하는 걸까요?

 

 

물론 혈액 검사등을 통해서 염증 수치의 상승, 기타 수치의 이상 등을 보는 것이 타 질환을 배제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뇌수막염을 진단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뇌수막염을 진단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검사는 바로 요추 천자(lumbar puncture)를 통한 뇌척수액 검사(CSF study)입니다. (뇌척수액 검사 자체에 대한 내용은 추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추 천자에 사용되는 바늘

 

 

뇌수막은 안쪽으로 흐르고 있는 뇌척수(cerebrospinal fluid, CSF)와 닿아있기 때문에 뇌수막에 염증이 있을 경우 뇌척수를 검사하였을 때는 백혈구, 단백질, 당 등의 수치가 정상일 때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며, 이 결과를 통해 어떤 원인에 의한 뇌수막염인지까지 어느정도 감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최종적으로는 뇌척수액의 배양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뇌척수액 검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뇌에 대한 영상 검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뇌에 농양 또는 종양 등의 덩이가 있거나 뇌압이 상승되어있는 상황에서 요추 천자를 시행하였을 때에 뇌 탈출(brain herniation)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워낙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뇌수막염의 치료는 그 원인에 의하여 정해집니다. 즉, 세균에 의한 뇌수막염의 경우에는 항생제를, 진균에 의한 뇌수막염의 경우에는 항진균제를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수막염균의 배양검사 [Neisseria meningitidis Colonies growth on New York City Medium Agar by Xishan01, https://en.wikipedia.org/wiki/File:Neisseria_meningitidis_Colonies_growth_on_New_York_City_Medium_Agar.jpg, CC BY]

 

 

하지만 그 원인을 파악하기까지는 가장 먼저 영상 검사를 시행한 후 요추 천자 및 뇌척수액 검사 결과를 확인하여야 하며, 확진을 하는데에는 배양검사 결과까지 필요합니다.

 

 

비록 배양검사 결과까지는 보지 않더라도, 뇌척수액 검사 결과 자체도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만큼 치료가 지연될 위험성에 놓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교과서적으로는, 그리고 실제 임상 상황에서도, 세균성 뇌수막염 등이 의심될 경우에는 광범위 항생제를 우선적으로 투여하라 되어있습니다. 즉, 병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만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러분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드물지도 않은 뇌수막염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뇌수막염은 중추신경계 감염의 일종인 만큼 심각해질 수 있음을 항상 염두해두어야 하며, 입원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뇌수막염에 걸려 의식의 변화가 있는 경우 환자는 판단력이 흐려져 병원을 찾지 않으려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뇌수막염에 걸린 환자가 이상 행동을 하여 친구가 응급실에 대려온 경우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두통과 발열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처음에는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을 의심하였습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여 시행한 뇌척수액 검사에서 뇌수막염 소견을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병원을 가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워낙 의료복지 제도가 (국민의 입장에서) 잘 되어있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독자분들이 오늘도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하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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