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의대 졸업이 어려운 이야기를 몇가지 이유를 들어서 설명드렸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이렇게 글을 올리고 보니 단점만 언급하고 지나가기에는 의대의 메리트 또한 많기 때문에 대한민국 의대가 좋은 이유에 대하여 한 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장점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 군복무
제가 처음 의과대학에 합격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바로 병역 관련된 사항이었습니다. 뭐, 의대에 간다고, 의사가 된다고 병역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의과대학은 그 과정이 6년으로 길기 때문인지 입영연기의 대상이 됩니다.
즉, 졸업할 때까지는 군복무를 연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연기하는 것에 제한연령이 있습니다. 때문에 수능을 몇 수를 하고 입학하였는데, 유급까지 몇 번 당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군복무를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증을 가지게 되면 군의관 혹은 공중보건의사로서 병역을 이행할 자격을 갖게 됩니다. 일반 현역병에 비하여 직급도 대우도 좋기 때문에 군대를 안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역병들에 비하면 급여도 적게나마 더 받고 훨씬 편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 의사의 군복무는 훈련기간을 포함하지 않고 3년이기 때문에 현역으로 가는 것에 비하여 기간은 2배가 걸린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2. 수강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의대에서는 수강신청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학년에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어, 본인이 들어야 하는 과목이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생활에 있어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직접 신청하는 수강신청은 한 가지의 장점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반면, 수강신청 경쟁률이 너무 심해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강신청에 성공하여 내가 원하는 과목들로 시간표를 채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실패한 경우에는 그 학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한 번도 수강신청이란 것을 해본적은 없지만, 주변의 친구들이 어떤 과목을 들을지, 수강신청에 성공할지, 그리고 실패하였을 경우에 스트레스를 받던 것을 생각하면 단점이 더 많아보입니다.
3. 강의실을 옮겨다닐 필요가 없다 (같은 장소, 같은 사람들)
의대에서는 커리큘럼이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무사히 진급한다는 가정 하에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항상 같은 사람들입니다.
또한 어차피 늘 같은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들으니 따로 강의실을 옮겨다닐 필요가 없이 대부분의 강의를 한 강의실에서 합니다. 때문에 한 강의가 끝나고 다음 강의를 듣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대생들끼리는 이런 점 때문에 자조적으로 "의대 고등학교"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수강신청을 잘 못 하여 그 넓은 대학교 캠퍼스를 헐레벌떡 뛰어다닐 위험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는 장점이 분명합니다.
4. 전공을 100% 살릴 수 있다
필자의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을 보면 문과와 이과를 막론하고 정말 다양한 학과에 진학을 하고 졸업하였습니다. 몇몇은 본인의 전공을 잘 살려 직업을 선택하였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친구들이 본인이 전공한 학과와 무관하게 취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의과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싫어도 본인의 전공을 100% 살릴 수밖에 없습니다.
90% 이상의 졸업생들이 임상의사가 되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게 되며, 대부분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병원을 차리거나 취업을 하여 일하게 됩니다.
이렇게 의사로서 일을 하지 않는 졸업생들도 결국 의과대학의 교수를 하기 위한 과정을 밟거나, 의학 연구직으로 가는 등 본인의 전공을 살립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해 삼X병원에 취직은 할지언정, 뜬근 없이 X성에 취직하는 일은 없습니다.
5. 친구들이 평생 간다
이번 생은 처음인 제가 아직 이런 말을 하기에는 인생을 충분히 살지 못 한 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의대에서 만난 친구들은 평생 같이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같이 대학을 다니며 친해진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같이 졸업을 하여, 같은 시기에 전공의 과정을 밟게 됩니다. 때문에 서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하고 가르쳐주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연락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저 또한 진료를 보면서 x-ray 또는 CT 등 검사에서 애매한 것이 있으면 영상의학과를 전공한 친구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는 등 종종 동기들과 연락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주 연락을 하다보면 서로 오프가 맞는 경우에 종종 만나서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한 잔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의대의 장점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받아드릴 소지가 충분히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의대를 지망하시는 분들에게 이번 포스팅이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길 희망하여, 또 다른 재미있는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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