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이런저런 주제를 다루다보니 저에게도 도움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의료와 관련된 법률에 대한 것들이지요.
사실 의료법규는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여 공부한 이후로는 쳐다도 보지 않았었는데, 블로그를 하며 독자분들께 되도록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에 새롭게 찾아보게 됩니다.
이번 오기의 의학상식에서는 응급실 진료 상황에서의 설명과 동의에 대하여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응급의료의 설명과 동의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어차피 질병에 대하여 설명하는 것과 그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동의받는 것은 기타 진료 상황과 마찬가지입니다.
상식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 법에서는 구체적으로 응급환자에게 진료에 관한 사항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진료 정보는 엄밀히 따지면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환자의 동의 없이는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알리면 안 되는 것이지요. 물론 환자가 가벼운 감기나 장염에 걸린 정도의 정보는 보호자가 있더라도 의례적으로 같이 설명을 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암 또는 성병이 의심되는 등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겠죠.
이러한 사항의 예외로는 첫 번째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등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와, 두 번째로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는 동안의 시간 안에 처치를 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날 수 있는 경우들입니다.
두 번째 사항을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환자가 의식은 있지만 후두개(epiglottis)가 심하게 부어 당장 기관내삽관을 하지 않으면 급격하게 기도의 폐쇄(airway obstruction)가 발생하여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이 있겠습니다.
그럴 경우 일단 붓고있는 기도가 완전히 막히기 전 기도확보를 위해 삽관부터 해야지,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받느라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치하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 환자가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같이 온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만약 같이 온 보호자가 법정대리인, 즉 친보호자일 경우에는 동의까지 받되, 단순히 지인이라면 설명만 하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서 진료를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맞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같이 온 보호자가 그냥 지인일 경우가 가장 곤란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지인이 동행을 하였다면, 환자에 대한 판단을 그에게 맡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냥 아는 사람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는 지인에게는 정말 짧막하게만 설명을 하고, 연락이 가능다면 친보호자에게 유선 상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설명과 동의를 진행합니다.
우선 유선으로 하여야할 검사 및 치료에 대하여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은 뒤, 친보호자가 병원에 방문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만약에 구급차에 실려온 의식 없는 환자가 신원 또한 불분명하여 보호자 또한 없는 상황이라면 어떡해 하여야 할까요?
본 포스팅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 중 3항을 보면 구체적으로 나와있습니다.
만약 응급환자가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보호자에게 환자의 진료에 대한 동의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의료인 1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의료를 시행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인이란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합니다만, 실제로 저런 상황에 처한 환자의 응급진료를 보는 의료인은 의사와 간호사 밖에 없으므로 의사 두 명 혹은 의사 한 명과 간호사 한 명의 동의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극한의 응급상황에서는 의사 한 명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지 않고, 의료인 한 명의 동의를 받게 함으로서 안전에 대한 이중장치를 마련한 셈입니다.
이번 포스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제가 느끼기에 실제로 잘 지켜지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우리나라의 의료 관련 법률들은 대부분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주제를 통해서 보았을 때 우리나라 법은 극한의 응급상황에서는 어찌되었든 인명(人命)을 가장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 예외로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정도가 있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여러분 혹시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해서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있으신 분도 계실거고,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의 오�
naman-bora.tistory.com
그러면 이번 글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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