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사실 머나먼 곳의 이야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 또한 의사라는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다보면 죽음에 임박하였거나 이미 사망한 환자 분들을 정말 많이 맞딱드리게 되고 죽음이란 정말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자의 경우에는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응급 환자이며, 후자의 경우에는 사망 진단을 위해 응급실로 오는 환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사망을 하게되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에게 사망 진단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번 오기의 의학 상식에서는 사망한 환자에 대해서 발급되는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에 대하여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는 의사가 사망한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여 호흡, 맥박, 동공반사 등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인체의 소견을 확인하고 환자의 사망 상태를 진단해주는 서류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망진단서 및 시체검안서에는 환자의 사망 사실 외에도 환자가 사망하게 된 시각과 장소 그리고 사망의 원인과 종류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들이 잘못 또는 허구로 기재되었을 경우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망진단서 혹은 사체검안서를 작성하는 의사는 그 내용을 작성하는 것에 있어 솔직하고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한 번 들어보셨겠지만 사망진단서는 고인이 되신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의사가 드리는 마지막 배려라고 하지요.
흔히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를 생각하였을 때 많은 분들께서 각각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작성하는 서류라는 오해를 가지고 계십니다:
- 사망진단서 : 병원에서 사망하거나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의사가 사망 진단을 내린 경우
- 시체검안서 : 사망한지 시간이 경과해 누가 보아도 시체를 검안하여 작성하는 경우
위와 같은 오해는 아마도 각각 서류의 이름에 의해 유발되는 선입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사망진단서라는 용어는 말 그대로 사망한 사람을 진단하고 나서 작성하는 서류인 것 같아 보이며, 시체검안서는 의사가 이미 시체 상태인 사람을 검안하여서 작성하는 서류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체"라는 자칫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용어에 의해서 발생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사망진단서를 작성하고, 또 어떠한 경우에 시체검안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일까요?
가장 핵심이 되는 차이는 환자의 기존 상태에 대하여 의사가 어느정도 알고있었냐가 되겠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의사가 사망한 환자에 대하여 사망진단서를 작성합니다:
- 의사가 진료를 하고있는 중에 환자가 사망한 경우
- 의사가 진료를 하였던 환자가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은지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
반면에, 시체검안서의 경우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작성을 합니다:
- 의사가 기존에 진료를 하지 않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
- 의사가 진료를 하였던 환자이지만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은지 48시간이 경과한 후 사망한 경우
- 의사가 진료를 하였던 환자이지만 진료를 하던 질환 외의 병으로 사망한 경우
- 사망 원인이 외인사인 경우
감이 좀 잡히시나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볼 수 있습니다.
- 사망진단서 : 진료본지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환자
- 시체검안서 : 진료본지 48시간 경과하여 사망한 환자, 진료와 관계 없는 원인으로 사망한 환자, 진료를 본 적 없는 환자
참 아이러니 한 것이, 각 서류는 이름은 다르지만 형식은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필자는 굳이 두 가지로 나누어서 작성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의 기준에 맞춰 적절한 서류를 발급하지 않게되면 그것은 의료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가지에 대하여 일반인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또한 일을 하다보면 무엇을 작성해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서 경찰관 혹은 보호자 분들께 왜 사망진단서가 아닌 시체검안서를 작성하였는지, 혹은 왜 사망진단서가 아니고 시체검안서라는 이상한 서류를 발급해줬는지 문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에 맞딱드리시게 된다면 참고하시길 권유드리며, 이번 글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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