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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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여러분 혹시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해서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있으신 분도 계실거고,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늘의 오기의 의학상식에서는 의학적인 내용에서 살짝 벗어나 법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은 성서(聖書, bible)에서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죽어가던 사람을 착한 사마리아 인이 구해주었다는 이야기 내용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은 자기 자신에게는 특별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을 구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구조하지 않은 자에 대하여 법적 처벌을 하는 것입니다.

 

 

즉, 쉽게 말해 지나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무시하고 지나가면 나라에서 법으로 처벌을 하겠다는 뜻이지요.

 

 

 

 

어떠신가요? 이 내용을 보고 "당연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어야지!" 하는 분들과 "아무리 그래도 안 도와주었다고 처벌을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이 법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타인에게 선의를 배풀지 말지를 결정하는 개인의 자유를 법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을 우리는 따라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은 우리나라에서는 적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로 유럽 국가들에서 시행되는 법입니다.

 

 

따라서, 길을 가다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본인의 판단으로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관련된 법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이 존재합니다: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법에 제5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 환자를 발견하였을 때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국민의 의무로서 당연히 협조해야할 사항이라고 하지만 형사적 처벌은 되지 않습니다. 민사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셔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제5조의2 입니다. 이 조항에서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하였을 때와 관련된 내용을 다룹니다. 즉, 단순 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서 심폐소생술 등을 하는 상황을 가정으로 합니다.

 

 

[CPR Adult Chest Compression by BruceBlau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PR_Adult_Chest_Compression.png, CC BY, 편집]

 

 

법조문에 따르면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 그리고 사망에 대하여 경우를 나누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손해와 사상에 대하여는 분명하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즉, 환자가 살게되면 일부러 피해를 준 것이 아니라면 모든 법적인 책임을 면제해준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반면에 사망의 경우 형사책임은 감면한다라고 짧막하게만 나와있습니다. 이 내용의 경우 어떻게 읽었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사망한 경우에 민사책임은 져야 하며,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2. 사망한 경우에 민사책임은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

 

 

법률 문구 자체가 워낙 애매하게 되어있어 저 또한 한참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위의 두 번째 내용이 맞다는 결론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즉, 풀어서 쓰자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과 상해(傷害)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민사책임 역시 지지 아니하며) 형사책임(의 경우에는)은 감면한다"로 이해해야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응급의료법 제5조의2는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 만큼이나 문제가 많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기껏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를 도와주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사망하였을 때, 형사책임은 면제해주지 않고 감면만 해주기 때문입니다. 좋은 일 하고 처벌까지 받게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과거에 읽은 신문 기사에 따르면 기내에세 발생한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제공하여 살려낸 피부과 의사에 대해서 환자의 보호자들이 비전문가인 "피부과" 의사가 왜 심폐소생술을 했냐고 고소를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 응급실에서 열심히 심폐소생술을 해서 환자의 심장을 돌려놓았더니 왜 갈비뼈를 부러뜨렸냐며 고소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이따금 비슷한 기사들을 접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화도 나고 어이가 없게 느껴집니다.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는 격이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만약 병원 밖에서 응급상황을 맞닥뜨렸을 경우에 신고만 할 뿐 절대로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상황을 맞이해본 적이 없어 본능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늘은 의학적인 내용이 아니라 의학과 관련된 법률인 착한 사마리아 인의 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 대하여 다루어보았습니다.

 

 

글을 읽으시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여러분은 도움이 필요한 응급환자를 발견하게 되었을 경우 선듯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설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섣불리 나서지 못하실 것 같으신가요? 괜히 한 번 질문을 드려봅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개인적인 의견을 댓글로 들어보길 희망하며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짧막하게 쓰려고 시작한 글이 생각보다 길어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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