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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아이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무척이나 두려워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그 핵심적 이유는 바로 주사를 맞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사 바늘은 채혈과 약물 등의 주입을 위한 의료적 용도를 위해 주소 사용이 되는데,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바늘을 찌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증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의료용 바늘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속이 좋지 않으면 바늘로 손가락을 따거나, 허리가 아플 때 허리에 침을 맞는 등 몸에 침을 찌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효과의 유무를 떠나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이므로 필자의 주관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것들은 유사의학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사용하였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체에 바늘을 잘못 찌르게 되면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한의원에 가지 않는 세번째 이유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이야기 읽듯이 편하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2편은 글 제일 밑에 링크를 달아두었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지 절대로 언쟁이나 갈등을 원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댓글을 통한 비판 및 비방 등에 대하여 아무런 상대도 하지 않고 삭제할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혹시라도 본 글을 읽기도 전에 이에 대하여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뒤로가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체스트 페인(chest pain) 환자에요!"

 

 

늘 그렇듯 정신없이 분주한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중 흉통을 호소하는 60대 여성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왔습니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의식저하, 몸 한 쪽의 위약감 등의 증상은 1분 1초가 중요한 응급 질환이기 때문에 필자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가슴이 아프세요?"

"네, 왼쪽편 여기가 아파요. 숨도 조금 차고요."

"언제부터 그러셨나요?"

"이게 어디보자... 이틀 전부터 점점 심해지네요."

 

 

이틀 전이라는 말을 듣자 일단 조금은 안심 할 수 있었습니다. 흉통 환자에서 가장 위급한 질환들인 심근경색과 대동맥박리증 등의 병은 일반적으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였을 경우 이틀이라는 기간동안 버틸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증상이 이틀이나 지속되었고 그 동안 환자가 병원을 찾을 생각까지는 안 했다는 것은 환자가 생명이 위험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검사 등을 통해 평가를 해보아야 확실히 아는 상황이긴 하였습니다.

 

 

본문과는 무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아, 증상이 이틀 되셨구나. 혹시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 질환으로 먹고 계신 약이 있나요?"

"아니요... 저는 병 없어요."

"음, 술과 담배는 어느정도 하시나요?"

"술, 담배는 전혀 안 해요."

"혹시 그렇다면 가족 분들 중에 심장병이 있거나 급사하신 분이 계신가요?"

"그런 것도 없는데..."

"뇌경색도 없어요?"

"네."

 

 

흉통이 있을 때 확인이 필요한 심장 질환의 위험요소를 질의하였으나, 환자는 해당하는 위험인자를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심인성 통증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환자의 통증이 꼭 심장이 원인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혹시 최근에 넘어지거나 책상 모서리 등에 가슴을 부딪히거나 한 경우는 없으세요?"

"다친적은 없는데..."

"그래요? 딱히 외상은 없었다는 말이죠?"

 

 

심장쪽 문제로 인한 통증이 아니라면 갈비뼈 내지는 폐 쪽의 문제 또한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혹시라도 외상에 의한 갈비뼈 골절 등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필자는 환자의 가슴 여기 저기를 눌러 압통(tenderness)이 없는지 확인하며 진료를 이어갔습니다.

 

 

본문과는 무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환자는 흉벽 여러곳을 눌러보았지만 특별히 통증을 호소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 혹시..."

"이야기 해보세요."

"저희 엄마가 이틀 전에 허리랑 등이 아파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거든요."

"등에 침이요?"

 

 

환자의 보호자로 온 딸이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는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하지만 등에 침을 맞는다고 하여 갈비뼈가 부러진다거나, 앞쪽 가슴의 통증과 연관이 있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건 관련 없는데 왜 이야기 하구 그래?"

"외상을 물어보시니까. 바늘 찌르는 것도 외상이잖아 엄마."

"일단 이야기 해주신 정보만으로는 어떠한 것이 문제인지 알 수 없으니 검사를 해보도록 하죠."

 

 

환자의 상태에 대한 평가를 계획하였습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인만큼 가장 먼저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다행히 환자의 심전도는 정상적인 리듬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채혈을 하여 기본적인 혈액 수치들과 심장 효소 수치들을 확인하도록 하였습니다. 혈액 검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소요되므로 바로 확인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환자는 엑스레이 검사를 촬영하였습니다. 엑스레이를 통해 갈비뼈의 골절 소견은 없는지, 폐의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를 확인한 필자는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환자의 엑스레이에서는 좌측의 기흉 소견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외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일차성 자발적 기흉(primary spontaneous pneumothorax)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환자와 같이 60대 여성에게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질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전도와 기흉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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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던 필자는 왜 환자에게 갑작스럽게 기흉이 생겼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정말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지만,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필자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는 보호자의 말이었습니다.

 

 

"엑스레이 결과가 나왔는데, 환자분 왼쪽 폐 쪽으로 해서 기흉이 있으세요."
"기흉이요? 그게 뭔가요?"

"쉽게 말하면 갈비뼈 밑에 공간이랑 폐 사이에 공기가 찬 것이에요. 이게 정상적이라면 없어야 되는 것이거든요."

"아, 그렇군요."

 

 

본문과는 무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기흉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는 못한 것 같았지만, 대충 현재 어떠한 상태인지 환자 본인과 보호자가 어느정도 이해를 한 듯한 눈치입니다.

 

 

"이 기흉이라는 질환이 젊고 마른 남자에서는 갑자기 잘 생기는데, 환자분 같이 조금 나이도 있으신 여성분에게는 거의 생기지 않거든요."

"그런가요?"

"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틀 전에 맞았다는 침이 어떤 침이었어요?"

"음, 길이가 한 이정도 되는 장침이었어요."

 

 

본문과는 무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그제서야 필자는 환자에게 왜 기흉이 생겼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자가 이야기를 하며 묘사한 장침은 길이가 상당하여 갈비뼈 사이의 공간을 찌른다면 충분히 등의 피부를 넘어 근육과 흉막을 통과하여 폐에 닿을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환자는 기흉의 치료를 위해 흉부외과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이미 검증된 치료법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유사의학적인 치료를 통해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치료는 심한 부작용의 가능성은 물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 한 환자의 경우에도 단순히 허리와 등이 아파서 갔던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것 뿐인데, 기흉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 시술자의 해부학적 이해도는 충분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진통제로 통증을 다루었다면 기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비전문가에게 본인의 몸을 맡기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전문가에게 제 몸을 맡겨도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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