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우리는 흔히 실없이 행동하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허파에 바람 들었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맞습니다, 제가 자주 듣는 말이에요.
그런데 의학적으로 실제로 폐 쪽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환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응급질환입니다.
이번 오기의 의학상식에서는 허파에 공기가 차는 기흉(pneumothorax)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흉이란 말 그대로 공기(pneumo-)가 흉곽(thorax)에 찬 질환을 이야기 합니다.
필자가 아직 인체에 대하여 하나도 모르던 고등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어제까지도 같이 수업을 듣고 어울렸던 친구 한 명이 기흉이라는 병에 걸려 입원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시의 필자에게는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기 때문에 기흉이 무엇인지 주변에 물어보았고, 간단하게 폐에 공기가 차서 생기는 병이라고만 설명을 들었습니다.
당시에 그러한 설명을 들은 필자는 "폐가 어차피 숨을 쉬기 위해 존재하는 장기인걸로 아는데, 폐에 공기가 차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설명을 들었다면 폐에 공기가 안 차면 숨을 못 쉬게 되니 더 큰 일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기흉은 폐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 아니고, 흉곽, 구체적으로는 흉막강에 공기가 차는 것입니다.
흉곽은 목 아래, 복부(횡격막) 위의 팔을 제외한 가슴 부위를 이야기 합니다. 이 곳에는 겉에서부터 안쪽으로 피부, 근육 및 갈비뼈, 벽측흉막(parietal pleura), 흉막강(pleural space), 내장측흉막(visceral pleura), 폐의 순서로 구조물들이 존재합니다.
사진에서는 흉막강이 꽤 넓어 보이나, 실제로는 정상적인 상태라면 벽측흉막과 내장측흉막은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어떠한 원인에서든 흉막강으로 공기가 차게되면 그것을 기흉이라 부릅니다.
기흉에는 세부적으로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종류들이 있습니다:
- 일차성 자발성 기흉 (primary spontaneous pneumothorax) : 특별한 원인 없이 저절로 발생한 기흉
- 이차성 자발성 기흉 (secondary spontaneous pneumothorax) : 폐의 기저질환에 의해 저절로 발생한 기흉
- 외상성 기흉 (traumatic pneumothorax) : 외상, 술기 등의 물리적 손상에 의한 기흉
- 긴장성 기흉 (tension pneumothorax) : 공기가 흉막강으로 유입되기만 하고 빠져나오지는 못해 흉막강내에 양압이 걸리며 지속적으로 공기의 양이 늘어나는 기흉
원인 비교적 뚜렷한 다른 종류의 기흉과는 달리 일차성 자발성 기흉의 경우에는 그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호발하는 환자에서 어떠한 경향성이 있습니다. 바로 키가 크고 마른 남성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키도 크지 않고 마르지도 않은 필자와는 관계가 없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흉의 증상은 비교적 단순한데,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주로 한 쪽으로)이 호흡곤란과 동반됩니다. 기침, 콧물, 가래 같은 기타 호흡기 증상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해당 증상이 있을 경우 청진을 하였을 때 아픈 쪽 가슴의 호흡음이 감소되어 있을 경우에 기흉을 더욱 의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과 신체검진 소견만으로는 기흉에 대한 확진을 내리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기흉이 의심되었을 경우에 진단을 위한 검사로는 x-ray, CT 그리고 초음파 등의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검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x-ray 검사입니다. 하지만 외상 환자의 경우에는 초음파를 통해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기흉의 양이 적어 x-ray, 초음파 검사 등으로 확인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CT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상검사들 뿐만 아니라 좌측의 기흉이 있어 왼쪽 가슴의 통증이 있을 때는 반드시 심전도 검사를 시행하여 심근경색 등의 요인을 배제하기도 하여야 합니다.
기흉 자체가 응급질환이긴 하지만, 특히나 예민하게 다루는 이유는 바로 긴장성 기흉 때문입니다. 긴장성 기흉에서는 흉막강내로 유입되는 공기가 들어오기만 할 뿐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으로 호흡을 할수록, 시간이 갈수록 흉곽내의 공기의 양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평소에는 거의 없다시피 한 공간인 흉막강에 이렇게 공기가 계속 축적되게 되면서 점차 폐가 눌리게 되면서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여 제대로 된 기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인체는 점차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기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심장까지 압박하게 되면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극한으로 치닫게 되면 심정지까지도 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긴장성 기흉은 급격하게 진행할 수 있어 몇 분 사이의 짧은 시간에도 환자의 생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진료 단계에서 의심하는 것이 중요한 상태입니다.
다행히 바늘 감압술(needle thoracostomy or decompression)이라는 술기를 통해 긴장성 기흉에 대한 임시적인 처치를 할 수 있습니다. 바늘 감압술은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바늘을 찔러 공기를 빼주는 술기입니다. 말로만 간단하지 실제로는 인체 및 해당 술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므로 일반인이 함부로 시행하여서는 안 됩니다.
바늘감압술을 시행하여 일단 환자의 상태를 안정화시켰다면, 이후에는 다량의 기흉에 맞춰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기흉의 치료는 그 양의 정도와 재발 여부에 따라서 정해집니다.
굉장히 적은 양의 기흉이 발견된 경우에는 산소를 투여하는 등 대증적인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산소를 투여하며 경과관찰을 한 후 추가로 시행한 x-ray 등 검사에서 기흉의 양이 늘어나지 않고 완화되며, 증상이 좋아지는 양상이면 입원의 필요없이 외래를 다니며 경과를 보게됩니다.
하지만 양이 많을 경우에는 반드시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흉막강 안에 축적된 공기를 빼주기 위한 술기로 흉관삽관(chest tube insertion)이 필요합니다.
이 술기는 갈비뼈 사이에 굵은 관을 넣는 술기로, 주로 흉부외과 또는 응급의학과에서 시행을 하며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술기입니다.
만약 기흉이 빈번하게 재발할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 흉막유착술(pleurodesis) 및 수술적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흉은 키가 크고 마른 남성, 천식,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 또는 외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일반 인구에서는 그렇게 흔한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제든 누구에게 일어난다고 해서 이상할 것 없는 질환이기도 한 만큼 독자분들께서 알고 계시면 나쁠 것 없는 질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다른 질환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이번 주제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또 흥미로운 주제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