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사실은 지난 1편을 쓰고 다른 질병 등에 대한 유익한 글을 쓰려다가, 물밀듯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 이렇게 바로 이어서 2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글이 유익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필자의 경험을 통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적절한 간접 경험을 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정보 전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1편을 못시지 않으셨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내가 한의원에 가지 않는 이유 ① - Feat. 복사뼈 골절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저는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학창시절까지도 의대와 한의대의 차이를 잘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두가지 모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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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난번 글에 이어서 제가 한의원에 가지 않는 이유를 응급실에서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이야기 읽듯이 편하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저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지 절대로 언쟁이나 갈등을 원하는 것이 아님을 밝히며, 댓글을 통한 비판 및 비방 등에 대하여 아무런 상대도 하지 않고 삭제할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혹시라도 본 글을 읽기도 전에 이에 대하여 불편함을 느끼신다면 뒤로가기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년 수만명의 환자가 방문하는 대학병원에서 무사히 레지던트 1년차를 마치고 어느정도 경험있는 의사가 된 필자가 레지던트 2년차 일 때의 일입니다.
응급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제일 반갑지 않은 부류의 방문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원 올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게 된 사설구급차입니다.
왜냐하면 사전에 특정한 환자의 수용 가능성에 대한 전원문의 없이 사설구급차가 온다는 것은 다른병원에서 무작정 환자를 "던졌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전원을 받게 되는 병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환자를 보내는 것은 엄연히 비매너 행위이기 때문에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입니다.
한참 바쁜 오후 10시경의 시간에 응급실 밖에서 사이렌을 울리는 소리가 도착하자 바쁜 와중에도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모두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구급차를 보아하니 119 구급대원이 아닌 사설구급차였습니다.
"전원 오기로 한 환자가 있었나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저희도 아는 것은 없어요."
필자가 같이 일을 하고 있던 인턴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께 여쭈어 보았으나 돌아온 답은 부정적인 답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위에 언급한 불청객인 전원 문의 없는 사설구급차가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보통 타병원에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온다는 것은 입원 혹은 수술이 필요한 중증도가 있는 환자라는 말인데, 당시에 필자가 일하던 날에는 병원에 입원 병실이 없어 안 그래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보내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난감함과 불쾌함이 동시에 몰려왔지만, 그보다 급한건 환자의 상태 평가와 적절한 메니지였습니다.
"디씁니아(dyspnea, 호흡곤란) 환자입니다."
사설구급차에 동행한 응급구조사의 간략한 외침에 환자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보통 호흡곤란이라고 하면 흉통, 의식변화 등과 함께 환자의 주호소(chief complaint) 중 중증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선 환자를 중증환자구역으로 옮긴 뒤 활력징후를 측정하도록 지시한 후 구조사가 가지고 온 전원의뢰서를 읽었는데, 어떻게 설명하기 어려운 시작부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용어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전원을 보낸 병원을 확인하니 근처 지역의 한방병원이었습니다.
비로소 왜 전원문의 없이 환자를 던지는 비매너를 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아무튼 내용을 최대한 해석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환자가 복부 통증으로 내원하여 "사혈치료"라는 시술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호흡곤란과 흉통을 호소하여 심전도검사를 시행해보니 (기계판독을 적어놓음)이며, (신경안정제)를 투약했으나 호전 없어 심근경색 의심되어 진료의뢰 드립니다.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의 진료의뢰서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심전도기계는 자체적으로 판독을 내리는데, 아직까지는 애매한 소견에 대한 그 정밀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참고로 보고 의료인이 직접 판독을 합니다. 환자의 심전도 소견은 매우 정상적이었는데 의뢰서에 적인 기계의 판독은 자잘한 소견들이 적혀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는 것은 심전도를 판독할 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 의뢰서에 투약했다고 적혀있는 신경안정제는 주로 경련을 할 때 외에는 응급상황에서 잘 쓰지 않는 약물이었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이외의 경우에는 진정제를 임의로 처방하지 않으며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의 자문을 받고 사용합니다. 비전문가인 한방사가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 심전도를 수차례 들여다 보아도 심근경색이 의심되지 않았는데, 심근경색으로 전원을 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진료의뢰서를 다 읽은 필자는 일단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였습니다. 환자의 산소포화도를 포함한 활력징후는 정상범위 안에 있었으며, 혹시 몰라 재차 촬영한 심전도 소견은 아주 정상적인 리듬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몹씨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어찌할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전형적으로 과호흡(hyperventilation)을 하는 환자의 모습이었습니다.
"환자분, 진정하시고 증상이 어떠세요?"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아요. 손 발이 마비되는 것 같아요."
"지금 실제로는 숨을 굉장히 잘 쉬고 계시는 상태에요. 과호흡이라는 것을 하는 중인데, 최대한 숨을 크게 쉬도록 노력해보세요."
아니나 다를까 환자는 과호흡을 하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필자는 경과를 보기로 결정하고 환자에게 수액과 혹시 모를 다를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본적인 검사들을 처방하였습니다. 이외에 별다른 약은 아무것도 처방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정신없이 다른 환자들의 진료 보던 필자는 어느덧 환자의 검사 결과가 다 나온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이제 좀 어떠세요?"
"많이 편안해 졌어요."
"검사 결과가 다 나왔는데, 다행이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 다만, 배가 아파서 한방병원에 가신 것 같은데, 어쩌다 갑자기 숨이 차고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나요? 이, 사혈치료라는 것을 받다가 그러셨나요?"
"네, 피를 뽑던 중에 갑자기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숨이 차고 손발이 오그라들더라구요..."
진료의뢰서를 읽을 당시에 사혈치료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찾아보니, 피부의 여러 부위에 바늘을 질러 출혈을 일으키고, 그것을 부항을 떠서 많은 양의 피를 뽑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필자가 아는 현대의학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피를 여러군데 뽑아내면 나라도 과호흡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나 환자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그렇게 하여 과호흡 증상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 병원을 찾게 된 복통의 감별을 위해 환자의 복부를 눌러보니 다행이 압통 및 반발통 모두 존재하지 않았으며, 윗배 중간 부위가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전형적인 위경련 증상이었는데 응급실에서도 아직 불편함이 남아있다고 하여 제산제 등 약물을 추가로 처방하였고, 환자는 약물을 맞고 증상이 호전되어 귀가를 하였습니다.
이상 가벼운 위경련 환자에게 무분별하게 피를 뽑다가 과호흡이 발생하자 근거 없이 신경안전제를 투약하였지만 호전이 없자 심전도를 찍고 정상 소견임에도 불구하고 심근경색이라고 타병원에 환자를 던져버린 기가 차는 경우였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치료는 못 해주더라도 환자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부디 이번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올바른 진료와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느끼는 바가 있길 기원합니다.
그러면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3편으로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한의원에 가지 않는 이유 ① - Feat. 복사뼈 골절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저는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학창시절까지도 의대와 한의대의 차이를 잘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두가지 모두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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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의원에 가지 않는 이유 ③ - Feat. 장침과 기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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