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 - 그 취지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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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요즘 시간이 갈수록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의약분업 파업 등 정부와 의료계가 마찰을 일으킨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어 없을 정도로 의료계의 반발이 심합니다.

 

 

그에 대하여 정부와 언론은 자꾸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여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밥그릇 싸움이라는 여론몰이에 사용되는 정책이 바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입니다. 의료계에서 가장 반발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를 포기하고 있는 이 상황이 정말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라고만 보여지나요?

 

 

겉으로 보기에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전체 의사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의사들이 전체적인 파이(pie)를 놓고 싸우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독자분들께서는 잘 모르고 계실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댓글들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의사수가 부족하다는데, 의사수가 늘어나면 국민한테 좋은 것이 아니냐? 그런데 왜 반대를 하는 것이냐?" 라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이와 관련하여 반대하는 이유를 정리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실제로는 의사 수가 안 부족하다
  2.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3. 전체적인 의료비가 늘어날 것이다
  4. 진짜 문제는 수가제도에 있다

 

위 주장을 뒷바침하는 근거는 아래 링크들을 참조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20년 08월 의사들의 파업 ①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죠, 바로 전공의들의 파업이 있었던 때가 말입니다.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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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의사들의 파업 ②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8월 21일 시작된 전공의 파업에 이어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저 또한 뉴스와 인터넷 기사 등 여러 매체를 보았으며,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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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사태에 대한 팩트 (유튜브 영상 공유)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이번 의사 파업의 원이 되는 네 가지 정부의 정책 중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것이 두 가지가 바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입니다. 그와 관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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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대생(의전원생)을 성적이 아닌 시도지사가 추천해서 선발하겠다?

 

 

2020. 6. 30 발의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말이 "대학"이지 입학 자격은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대학교 보다는 대학원인 의전원에 해당한다는 이야기 이며,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 중요한 "수능"을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이미 실패하여 사라져 가는 의전원 제도를 가져다 써가면서까지 말이죠.

 

 

또한 공공의대(이하 공공의전원)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에 대하여 학칙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뽑는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법률안 내용대로라면 공공의전원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아직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굉장히 두루뭉술한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정책을 마련할 때 어느정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영상에는 2018년 당시 어느 방송에서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이라는 직위를 가지신 분이 말하신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이 길어 다 보시기에는 시간이 아까우니 11:00 정도부터 12:09 부분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영상에서 이야기를 하는 분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도지사의 추천을 좀 받으려고" 한다는 것을요. 여기서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께서도 동일한 생각이 들 것입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무엇보다 예민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의사를 양성하는데 객관적인 기준이 아닌,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뽑는다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 것인가?

 

 

전세계 어느나라든 의사는 그 특성상 뛰어난 학업능력을 바탕으로 혹독한 수련을 통해 양성해냅니다. 무엇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장래에 의사가 될 인물들을 "공공"이라는 이름하에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뽑지 않습니다.

 

 

영상에서 추가로 언급되는 내용으로는 입학전형위원회를 설립하여 면접, 능력 등 검토하여 의전원생을 선발할 것이며, 일반적인 의과대학과는 아주 차별된 방식으로 단순히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야기 하시는 분께서는 이것을 마치 대단히 획기적이고 대단한 방법의 선발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 기존에 의과대학처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잘못된, 열등한 제도인가?
  • 사람의 생명을 다루게될 의사에게 의학적 지식, 학업 능력 같은 것보다 더 우선시되는 것이 있을까?
  • 단순히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받아들이는 수준이 아니면 도대체 추천과 면접을 통해 어떤 능력을 보겠다는 것인가?

 

 

차라리 훌륭한 공공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존에 일반 의과대학에서 선발하는 방식에 추가로 더욱 까다롭게 검토하여 선발을 한다고 했으면 그 누구도 반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의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학업/지적 능력을 보장하고 뽑으니까 말이죠.

 

 

또한, 입학전형위원회가 어떤 인물들로 구성될지는 알 수 없으나, 시도지사를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 의료계 종사자 보다는 다른 인물들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과연 비의료인인 그들에게 "의료를 잘 해나갈 의사"를 뽑을 안목이 있을지 굉장히 의심스럽습니다.

 

 

기존에 의대생을 선발할 때 성적을 핵심적으로 보는 이유는 분명이 있으며, 새로운 것이 옳다는 법은 없습니다.

 

 

 


 

2. 첫번째 말 바꾸기

 

 

위와 같은 내용이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자 2020.8.24 보건복지부 블로그에는 해명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아래의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출처 : 보건복지부 블로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의전원 학생을 선발하는데 있어 시도지사의 개인 권한으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포함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시도지사 추천에 대한 내용은 2018년도 당시 보건복지부의 공공보건정책관이 방송에서 지나가듯 언급했던 내용이며, 실제로 법률안에는 기술되어 있지 않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해명글을 올림으로써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시도지사의 추천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을 고려했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해명글에서 언급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시민단체가 "갑툭튀"하였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의사라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에는 무엇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시민단체를 포함시킨다고 하여 과연 그 객관성이 확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일까요?

 

 

시도지사, 시민단체 등 도대체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는데 왜 이렇게 관련성 떨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이 연관이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추천"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머릿수"로 찍어눌러 본인듯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의사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적어도 높으신 누군가의 자제분을 의사로 만들기에는 매우 용이한 제도라고 판단됩니다. (그나저나 이번 정부는 시민단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3. 두 번째 말 바꾸기

 

 

2번과 같은 해명을 하였지만 오히려 여론이 좋지 않자 2020.8.25, 바로 다음날 보건복지부에서는 보완 설명이라고 다시 한 번 포스팅을 합니다. 그 내용이 담긴 아래의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출처 : 보건복지부 블로그

 

 

보건복지부는 바로 전일 언급하였던 시민단체 추천 등으로 의전원생을 뽑겠다는 내용을 본인들이 하루만에 전면 부인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어떠한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언급은 없이 무조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하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행동은 마치 뒤에서 잘못을 저지르던 사람이 변명을 하였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자 무조건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현재까지의 상황은 구체적인 해명 없이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4. 어찌되었거나 이미 진행 중이었음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정부는 정책의 철회를 절대로 해주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나의 기사를 보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출처 : 전북일보

 

 

2020.05.25 전북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해 공공의대 정책이 6월 30일에 발의된 점을 감안하였을 때, 정부는 이미 정책을 내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는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미 계획 다 세워놓고 코로나로 혼란한 시기를 틈타 말도 되지 않는 정책을 저항없이 밀어붙이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사실 필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까지 정부 정책을 찾아보고 신문 기사를 들여다보고 할 정도로 현 정책은 옳지 않게 느껴집니다.

 

 

제가 아무리 이렇게 파악한 내용들을 포스팅하고 설명을 하여도, 모두가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것입니다. 비록 저와 공감하고 같은 생각을 가지지지 않으시더라도 독자분들께서 현재 상황에 대하여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여 정확하게 알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번 글은 굉장히 길어진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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