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반응형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응급실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됩니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하는 등의 상황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외상에 의한 중증 질환 외에도 다양한 원인에 의한 중증 질환으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응급실을 방문하는 전체 원인 중에 많지는 않지만, 중증 질환만 놓고 보자면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질환이 있습니다.

 

 

한 가지안타까운 것은 이 질환은 사전에 발견한다면 어느정도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오기의 의학상식에서는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spontaneous subarachnoid hemorrhage, SAH)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하자면,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은 몇 종류의 뇌출혈 중 하나의 형태를 나타내는 질환입니다. 즉, 뇌출혈의 일종인 것이지요.

 

 

뇌출혈의 종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약간의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Meninges = 뇌막, Dura mater = 경막, Arachnoid = 지주막, Pia mater = 연뇌막 [Meninges of the central nervous parts by Mysid, https://en.wikipedia.org/wiki/Dura_mater#/media/File:Meninges-en.svg, CC BY]

 

 

바로 위의 사진을 참조하면 머리는 두피(피부)부터 뇌에 닿기까지 여러겹의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 중 뇌내출혈(intracerebral hemorrhage)를 제외하고 뇌막(meninges)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서 뇌출혈의 명칭 및 형태가 달라집니다.

 

 

지주막하 출혈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지주막 밑에 발생하는 출혈을 뜻하며, 지주막과 연뇌막 사이의 공간(지주막하 공간)에 피가 쌓이가 됩니다. 이 지주막하 공간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큰 혈관들이 다니고 뇌척수액이 교통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하면 양이 많아져 심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주막하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머리의 외상입니다. 하지만 본 글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보시면 자발성(spontaneous) 지주막하 출혈입니다. 즉,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닌 저절로 발생하는 지주막하 출혈에 대하여 얘기하겠습니다.

 

 

 

 

비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가 파열되며 발생하는 것입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비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의 약 75%의 경우가 뇌 동맥류에 의한 것이며, 20%는 알 수 없고, 나머지 5%에서 동정맥기형, 교감신경흥분제 등의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뇌 내에 한 개의 동맥류가 발견되었을 경우 20%에서 추가적으로 다른 위치에 뇌 동맥류가 있다고 합니다.

 

 

Cerebral aneurysm = 뇌 동맥류

 

 

뇌동맥류란 일종의 혈관 기형으로, 동맥의 일부분이 마치 꽈리 혹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작은 크기에서는 이렇다 할 증상을 일으키지 않다가 크기가 커지다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게 되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뇌동맥류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유전적인 요인, 국소 혈류의 이상, 그리고 손상된 뇌혈관벽의 회복 과정에서 세포 단위의 이상 등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주막하 출혈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요인들로는 고혈압, 흡연 등의 요인들도 손꼽히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크기가 작은 뇌동맥류는 크게 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뇌동맥류가 터지는 등의 이유로 인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였을 때는 증상이 발생합니다.

 

 

응급실에 방문하는 지주막하 출혈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은 수초만에 최고치에 도달하는 갑작스런 극심한 두통입니다. 이는 벼락 두통(thunderclap headache)이라고도 부르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최악의 두통"이라고 표현합니다. 

 

 

환자가 벼락 두통을 호소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과거에 경험한 두통과는 다른 두통은 항상 지주막하 출혈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Headache by Jose Navarro, https://www.flickr.com/photos/jonavi/37509663536, CC BY]

 

 

이외에도 의식 소실, 경련, 후경부경직(nuchal rigidity), 복시 및 기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 두통 또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지주막하 출혈의 진단 자체는 굉장히 간단합니다. 바로 조영제제를 사용하지 않은 머리 CT를 통해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주막하 출혈(SAH)의 CT 소견. 지주막하 공간에 별 모양으로 밝은 밀도의 출혈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출혈 여부만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치료의 방향이 잘 세워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조영 두부 CT에서 이렇게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이 발견될 경우에는, 뇌혈관까지 볼 수 있는 조영제를 사용한 뇌혈관 CT 검사가 필요합니다.

 

 

조영제를 사용하여 파열된 혈관을 찾고, 지속적인 출혈이 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발성 지주막하 출혈이 서론에 언급하였던 사전에 발견한다면 어느정도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한 것은, 출혈이 이미 발생하였을 때가 아니라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발견되었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뇌동맥류는 크기가 작을 때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그 존재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점차 크기가 부풀어 오르면 두통, 복시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증상이 없더라도 한 번씩 뇌혈관의 이상을 확인해보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증상이 있을 때는 꼭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편두통 등의 신경성 통증이라고 생각해서 방치하면 일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좌) 뇌동맥류, 우) 뇌동맥류의 코일 색전술(coil embolization) 한 모습 [Basilar Tip aneurysm treated with Guglielmi coils by 77giallo77,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asilar_Tip_aneurysm_treated_with_Guglielmi_coils.jpg, CC BY]

 

 

이렇게 우연하게 발견된 뇌동맥류는 코일 색전술(coil embolization)이라는 시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 시술은 뇌동맥류가 더 이상 팽창하지 못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터지는 것을 막는 시술입니다.

 

 

코일 색전술은 사타구니 쪽에서 동맥을 뚫고 타고 뇌혈관까지 타고올라가는 인터벤션(intervention) 시술로, 최소한의 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미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 환자에서도 지속적인 출혈이 있고 뇌안의 압력이 지속적으로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면 코일 색전술을 통해 출혈을 막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미 출혈량이 과다하여 인터벤션을 할 시간이 없으면 신경외과 의사가 개두술을 시행하여야 합니다.

 


 

모든 지주막하 출혈의 환자들이 꼭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출혈이 발생하였더라도 그 양이 적어 큰 신경학적 이상이 보이지 않아 후유증이 예상되지 않고, 지혈이 되어 양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굳이 머리와 혈관을 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초 출혈 후 2-12시간 사이에 재출혈의 위험이 높고 , 이는 적절한 혈압의 조절로 예방될 수 있기 때문에 입원하여 치료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경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과 관찰 및 치료 또한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출혈 이후 혈관 수축 및 뇌 허혈 등 또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질병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그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에는 한 번 대량으로 발생하였다면 즉사 혹은 혼수 상태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 뇌동맥류가 터져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해 쓰러져 온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결국에는 사망하는 일은 전국적인 단위에서 보았을 때 아주 없는 일도 아닙니다.

 

 

전체적인 확률은 낮아도 나에게 발생한다면 그 확률은 그냥 100%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는 혹시라도 두통이 있다면 무조건 참지만 마시고 자세한 검사를 받아보아 혹시 모를 재앙은 사전에 대비하는 지혜가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어 감사드리며, 또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