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그동안 현생에 치여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몇년간 블로그를 방치하게 되었었네요. 최근에는 다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는데, 생각난 김에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블로그에 이런저런 글들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응급실에서 일을 하다 보면 안타깝게도 아이들도 이런저런 부상을 입고 급하게 진료를 보러 오게 됩니다. 심각한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상당수에서는 가벼운 부상도 있습니다. 또한 꼭 응급실에 오지 않아도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모 입장에서는 깜짝 놀랄 수 있지만 침착하게 잘 대처를 해줄 경우 꼭 응급실까지 오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주제를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요골 머리 아탈구(흔히 pulled elbow라고 부릅니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가 혼자서 구르다가 갑자기 팔을 부여잡고 울며 움직이지 않아요."
"아이 손을 양쪽에서 잡고 그네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아이가 팔이 아프다고 하고 안 움직이려 해요."
"아이 옷을 갈아입혔는데 이후부터 갑자기 팔이 아프다고 울며 움직이지 않아요"
요골 머리 아탈구(소위 아이 팔 빠짐)로 응급실에 방문하였을 때 부모님들이 흔히 호소하는 아이의 증상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고 잘 놀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심하게 울며 보채게 되면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당황스러워 어찌되었는지 놀라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상황일수록 침착하고 상황을 고려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아이가 넘어지거나 심하게 부딪히거나 하는 등 부상을 입지 않았는지 점검을 해보고 팔 주변의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확인을 해보아야 합니다. 크게 외상의 흔적이 없다면 골절이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이는 왜 갑자기 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우는 것일까요?
바로 요골 머리 아탈구, 즉, 아이의 팔 빠짐을 의심해 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소아의 요골 머리 아탈구는 주로 2-3세에 가장 만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이는 어떻게 아픈지 표현을 잘 하지 못하며, 손목을 붙잡고 아프다는 식의 표현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불완전하게 빠진 부위는 바로 팔꿈치 부위에 해당합니다.
요골 머리 아탈구란 그 이름을 분석을 해보면 요골(radius)의 머리(head)의 불완전한 탈구(subluxation)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골 머리 아탈구는 팔꿈치가 펴져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손이나 손목을 당기게 되는 등 경우에서 요골의 고리인대(annular ligament)에서 요골의 머리가 살짝 탈구가 되며, 인대가 그 사이에 낀 상태입니다.
아탈구가 발생한 아이는 앞서 언급하였듯 팔 통증을 호소하며 움직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며, 추가적으로 팔을 몸통에 가깝게 붙인 상태로 아래 팔을 엎침 상태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요골 머리 아탈구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도수 정복을 통해서 쉽게 해결을 해줄 수 있습니다. 다만 도수 정복을 시도하기 전에 명확하게 하여야 할 부분은 아이가 심한 외상을 입지 않은 것이 확실하며, 팔꿈치 부위에 부종이 생기지 않은 것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합니다.
도수 정복을 하는 방법은 그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 뒤침-굽힘법(supination-flexion technique)
- 아이의 팔꿈치를 90도 굽힌 상태로 만든다.
- 한쪽 쪽 엄지손가락으로 아이의 요골 머리를 만지고 있는다(잘 들어갔는지 느껴야 하기 때문에 꼭 하여야 합니다).
- 다른 손으로 아이의 아래팔을 완전히 뒤쳐준다(supination).
- 팔꿈치를 구부려 준다(flexion).
* 과엎침법(hyperpronation)
- 아이의 팔꿈치를 90도 굽힌 상태로 만든다.
- 한쪽 쪽 엄지손가락으로 아이의 요골 머리를 만지고 있는다(잘 들어갔는지 느껴야 하기 때문에 꼭 하여야 합니다).
- 다른 손으로 아이의 아래팔을 완전히 엎쳐준다(pronation).
필자의 경우에는 위의 두 가지 도수 정복을 동시에 다 해버려서 확실하게 아이의 불완전하게 빠진 팔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정복 방법에서도 언급하였듯 한쪽 손으로 요골 머리를 반드시 만지고 있어야 도수 정복이 되는 느낌(click)을 느낄 수 있어 제대로 팔이 들어갔는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소아에서 요골 머리 아탈구가 발생하는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입니다. 생명에 지장이 가거나 하는 종류의 문제는 아닌 만큼 아이가 갑작스럽게 팔을 움직이 않고 팔을 만지면서 울고 힘들어 하여도 당황하실 필요 없습니다. 또한 한 번 발생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아이가 팔이 자꾸 빠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주는 것이 좋겟습니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도수 정복을 시도하기에 앞서서 반드시 아이의 팔이 붓지 않았는지 확인을 하고, 상처가 있고 심한 외상을 입은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하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의료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에 대한 접근도 매우 쉬운 곳이니 만큼 자신이 없다면 그냥 병원에 방문하여서 적절하게 조치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긴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주제는 여기까지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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