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아직 시작한지 한 달이 조금 넘은 블로그이긴 하지만 어느덧 글이 스무 개가 넘어가고 있군요. 초창기에 다루었던 질병 중에는 생명에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지만, 앓는 사람에게는 몹씨도 괴로운 급성 방광염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급성 방광염 관련 자세한 사항은 아래 링크 참조 부탁드립니다)
급성 방광염 - 소변을 보았는데도 계속 마렵다면... [Acute cystitis]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의사 오기입니다. 응급의학과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정말 보잘 것 없지만 (다른 말로 하자면 일단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괴로운 질병들이 많��
naman-bora.tistory.com
이번 오기의 의학상식에서는 급성 방광염에 이어서 실제로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급성 신우신염(Acute pyelonephritis)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급성 신우신염(Acute pyelonephritis, APN)은 급성으로 발생한 신장(콩팥) 및 신우(renal pelvis)의 염증으로 하부요로계 감염인 방광염과는 반대로 상부요로계의 감염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설명드렸듯 신장은 요로계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 중 가장 상위에 있는 장기로 요로계가 시작되는 부위가 바로 신장인 것이지요.
몸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콩팥에 발생한 감염 및 염증인 급성 신우신염은 적절한 치료가 없을 경우 대부분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같은 요로감염이라고 방광염처럼 생각되어서는 안 됩니다.
급성 신우신염 또한 요로감염이기 때문에 남성보다는 요도가 짧은 여성 환자에서 그 빈도가 확연하게 높습니다.
급성 신우신염은 방광염과 그 임상적 증상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하였듯 방광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이 자주 마렵고, 아프고, 아랫배가 뻐근하게 아프고, 혈뇨가 보이는 등의 증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급성 신우신염에서는 해당 증상들은 방광염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에는 흔하지 않습니다.
급성 신우신염의 환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옆구리 통증 및 늑골척추각 압통
- 발열 및 오한
- 구역 및 구토
- 탈진
하지만 위의 증상들은 미미하거나 없을 수 있어 하부요로감염과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령 또는 면역이 저하된 환자에서는 감염에 대한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의 기본은 임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임상적으로 의심이 될 경우에 혈액, 소변 및 영상검사 등을 통하여 진단을 보조하거나 다른 질환을 감별해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성 신우신염을 초기 진료 단계에서 의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급성 신우신염 환자들에서 병원을 찾게만드는 대표적인 증상들은 발열, 기력이 없음, 그리고 옆구리의 통증의 세 가지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열이 나는 경우에 옆구리 늑골척추각 압통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임상적으로 급성 신우신염을 의심되었다면, 그에 대한 확신이 필요한 단계가 됩니다.
요로감염이기 때문에 급성 신우신염에서는 소변 검사 결과에서 적혈구, 백혈구 및 아질산염(nitrite)가 양성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세 가지 모두 양성이 진단의 요건은 아닙니다. 보통은 백혈구가 많이 발견되거나 아질산염이 양성으로 보이는 것을 요로감염의 핵심 요소로 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어떤 항생제에 감수성이 있는 균주인지 파악을 하기 위하여 소변배양검사 또한 필요합니다.
혈액검사에서는 염증 수치의 상승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서 설명하였듯 급성 신우신염은 상부요로감염으로서 비교적 인체의 깊은 곳에서 생기는 감염인 만큼 염증 수치가 오르게 됩니다.
이외에도 혹시나 다른 혈액검사 수치들의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 또한 필요합니다. 초진 단계에서 신우신염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다른 질환에 의한 발열을 고려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초기 진료에서는 신우신염이 의심되었으나 간, 담도 수치가 상승되었다면 진단명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지요.
교과서적으로 영상 검사는 건강하고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은 환자에서 적응증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 등이 잘 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급성 신우신염이 의심되면 CT 검사를 대부분 시행합니다.
이는 신우신염의 전형적인 CT 소견을 확인하여 진단에 힘을 보태는 것과 더불어 신장농양(renal abscess), 신장경색(renal infarction) 등의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함입니다.
방치될 경우 급성 신우신염을 패혈증(sepsis)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패혈증이 진행된다면 전신의 장기부전 및 쇼크가 발생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병을 방치하여서는 안 되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급성 신우신염의 치료가 매우 복잡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항생제 치료 및 증상에 따른 대증적 치료가 치료의 핵심이며 전부입니다.
결국 건강한 환자에서는 질병의 초기에 급성 신우신염이 진단된다면 단순히 항생제와 더불어 해열제 및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을 경구로 투약하며 외래 진료를 다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고령, 임산부, 동반된 질환이 있는 환자, 그리고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는 일반 병실에 입원하여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패혈증에 빠진 환자라면 항생제와 수액치료 뿐만 아니라 모니터링을 해야하며, 필요시 승압제, 투석, 기관삽관, 심폐소생술 등의 처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 ICU)에 입원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는 응급실에서 일을하며 급성 신우신염 환자를 수도 없이 진료해왔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뚜렷하게 발열과 옆구리 늑골척추각 압통이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도 은근히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장철에 김치를 담그고 나서 무리를 했는지 몸살이 났다며 오는 환자들에서 급성 신우신염이 진단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김장을 하며 오랜 시간동안 쪼그려 앉아있는 것이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독자분들(특히 여성분들)께서는 몸에 열이 나고 옆구리가 아프면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고 반드시 병원에 가시어 혈액 및 소변 검사, 그리고 필요시 영상검사를 받아보시길 강력하게 권유드립니다. 심하지 않으면 그냥 약만 먹어도 치료되는 질병이 방치되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본인의 건강은 본인이 잘 챙겨하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기의 의학상식 > 요로생식기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급성 방광염 - 소변을 보았는데도 계속 마렵다면... [Acute cystitis] (2) | 2020.04.17 |
---|---|
요관결석 (요로결석) - 갑작스러운 극심한 옆구리 통증 [Ureter stone] (0) | 2020.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