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최근 두 개의 포스팅에는 의료외적인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의 주된 목적인 의학적 지식의 공유 및 전달을 소홀히 해서되는 안 되겠죠?
오늘의 오기의 의학상식에서는 급성 복통(갑작스런 배 통증)이 발생하였을 때, 심각할 수 있는 증상 및 징후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본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정보의 전달에 있으며, 여러분의 질병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많이 아프면 빨리 병원에 가세요.)
급성 복통(acute abdomen pain)이란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복통을 이야기 합니다. 복통은 응급실 뿐만 아니라 병원에 가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입니다. 하지만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급성 위장염에서부터 악성 종양까지 너무나도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통 증상이 있을 때 참고 기다리지 말고 빠르게 응급실로 가서 평가를 받아야 될 경우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응급실에 복통 환자가 방문하였을 때 제가 평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검사를 권유하게 되는 요소들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복통의 위치
처음으로 말씀드릴 요소는 바로 복통의 위치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해를 하려면 일단 의학적으로 복부를 위치에 따라 어떻게 세분화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위의 사진은 복부의 구역들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좌측 사진에서는 배를 아홉가지 구역으로 나누어 보며, 우측 사진에서는 배를 네 개의 사분면으로 나누어서 봅니다. 교과서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우측의 사분면법이지만, 실제 임상 상황에서는 좌측의 아홉가지 구역법을 사용합니다.
각 구역별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굉장히 다양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구역 및 질환은 다음가 같습니다:
- 우상복부 및 명치부(epigastric area) : 급성 담낭염, 급성 담도염, 급성 췌장염, 간주위염 등
- 우하복부 : 급성 충수돌기염, 급성 게실염 등
- 복부 전체 : (장 천공 등에 의한) 복막염, 대동맥 박리증 등
- 하복부 (여성의 경우) : 난소염전, 난소 낭종 파열, 골반염 등
위의 질환들 같은 경우에는 응급 수술 또는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 질환으로서 응급실 환경에서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하는 질환들입니다.
2. 반발통 (반발압통)
복통으로 병원에가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의사가 배를 여기저기 눌러보는 것을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1번에서 언급한복통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반발통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신체검사이기도 합니다.
복부를 촉진하는 방법 중에는 압통과 반발통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압통이란 배를 눌렀을 때 발생하는 통증을 말하며, 반발통은 누른 배를 뗄 때 발생하는 통증을 말합니다.
반발통은 복부를 눌렀다가 떼었을 때 늘어났던 복막층이 제자리로 돌아가며 흔들리는 등 발생하는 움직임에 의해 염증이 있는 복막이 자극되며 발생하게 됩니다.
즉, 반발통이 있다는 점은 복막염이 있는 것을 의미하며, 복막염이 있으면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므로 결국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3. 과거 복부 수술력 및 흉터
과거에 복부 수술을 받았다는 과거력은 복통이 있을 경우 가볍게 넘어가기 보다는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복부 수술을 따라오는 필연적인 합병증 중 하나가 바로 장유착(bowel adhesion)이기 때문입니다.
수술을 받은 뒤 유착이 발생할 경우 달라붙은 장의 움직임이 제한이 생기게 되며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많은 양의 수분이 손실되며 장으로의 혈류가 감소하고, 감염 그리고 장 허혈의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심할 경우에는 장 끼리 꼬이며 완전한 폐색이 발생할 수도 있어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복부 수술력이 있는 환자에서의 복통은 그렇지 않은 환자에서의 복통보다 심각하게 생각하여야 합니다.
4. 가스와 변의 배출 유무
3번에서 설명하였듯 장폐색(intestinal obstruction)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 및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장폐색의 또 다른 증상 및 징후로 가스와 변이 배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 변비에 의해서도 해당 증상이 있을 수 있어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증상이 복통과 동반될 경우에는 장폐색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적극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5. 갑작스런 극심한 통증
마지막으로는 수분, 수시간 이내에 발생한 겪어본 적 없는 극심한 통증이 있을 경우입니다. 흔히 복통이 있으면 복강 내의 장기 문제를 일반적으로 떠올립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 있을 경우에는 복부 내 혈관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질병으로 대동맥 박리증(aortic dissection)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질환에서는 중환자실 치료 및 경우에 따라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며,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대동맥 박리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상장간막동맥혈전즈(SMA thrombosis) 등의 복부 내 혈관 질환은 환자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반드시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갑작스런 복통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검사가 필요할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들에 대하여 다루어 보았습니다. 읽어보시니 어떤가요?
사실 증상이 있는 환자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에는 굉장한 무리와 위험이 따릅니다. 또한 체계적인 공부와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단독으로 평가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때문에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복통이 있을 경우에 가능한한 병원에서 평가를 받아보시되 본문에서 다룬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망설이지 마시고 응급실로 방문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또 유용한 의학적 상식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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