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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오기입니다.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여러분은 살면서 한 번씩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감히 예상하건대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이 최소 한 번 쯤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의 운동만 하더라도 심장은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하여 빠르고 강하게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하고 그로 인한 두근거림을 우리는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무척 설레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두근거림이 발생할 수 있지요.

 

 

이렇게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의학적으로 심계항진(palpi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오기의 의학 상식에서는 심계항진의 흔한 원인 중 하나인 발작성삼실성빈맥(PSVT, 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발작성상심실성빈맥. 이름만 들어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길죠? 하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벌 것 아니랍니다.

 

 

우선 발작성이라 함은 발작이라는 단어 때문에 갑작스럽게 경련을 한다거나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그러한 뜻은 아니고 "갑작스럽게 발생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상심실성이라는 용어인데, 이것은 위를 뜻하는 상(上)과 심실을 합친 말로 말 그대로 심실의 윗부분에서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여담이지만 빈맥이 상심실성인 것은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인 일입니다. 왜냐하면 빈맥의 종류가 심실성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브이텍(V. Tach, ventricular tachycardia)이라는 뜻이고 환자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Red heart with heartbeat logo by Deigo Naive / Joe Sutherland,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Red_heart_with_heartbeat_logo.svg, CC BY]

 

 

마지막으로 빈맥은 말 그대로 맥박이 빈번하게 뛰는 것입니다.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심장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기형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기전으로 심장의 회귀 회로(reentry pathway)가 있는데, 이 회로의 종류에 따라서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이 분류됩니다. (회귀 회로에 대하여는 추후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 글을 읽으시는 단계에서는 굳이 아실 필요가 없는 관계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심실 위에서 발생한 전기적 신호가 방실결절 내의 또는 심방과 심실 사이의 심근조직의 우회로를 타고 흐르면서 빠르게 심장 박동을 일으킨다 정도만 알고계시면 되겠습니다.

 

 

 

 

이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발작성삼실실성 빈맥은 환자가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가슴의 두근거리는 증상과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자기 증상이 소실되는 특징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외에 동반될 수 있는 증상들로는 현기증, 가슴 통증 혹은 불편감,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역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은 남성 보다는 여성에서 더 흔하며, 주로 10대 후반 및 젊은 성인기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또한 대다수의 환자에서 특별한 활동성 심장혈관질환이 없는 상태입니다. 즉,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이 있다고 하여 심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였을 때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이 있을 경우 동반된 심장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경우 정밀검사를 한 번 받아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해 보입니다.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을 진단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심전도(electrocardiography) 검사를 통해 그 특징적인 파형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발작성상심실성빈맥(PSVT)의 심전도 소견

 

 

하지만 이러한 심전도 소견은 심계항진 증상이 있는 시점에서 검사를 시행하여야 얻을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발작성상심실성빈맥에 의한 심계항진 증상은 수분에서 수십분 이내에 호전되기 때문에 환자가 불편감을 느끼고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시점에는 이미 빈맥이 호전된 상태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반면에, 많은 경우에서 심계항진이 한 시간이 지나도록 호전되지 않아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에서 손쉽게 발작성상심실성빈맥의 심전도 소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심전도 검사라는 것이 병원에서만 시행 가능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일반 인구에서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그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소실되는 심계항진이 있을 경우 진료 및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작성상심실성빈맥에 의한 심계항진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통하여 정상적인 심장 리듬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1. 미주신경자극 (vagal maneuver)
  2. 미주신경자극 실패시 아데노신 (adenosine) 정맥주사
  3. 상태 불안정시 전기적 심장율동전환(electric cardioversion)

 

 

위의 2번과 3번은 병원 단계에서 시행해볼 수 있는 처치이므로 본문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께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1번 미주신경자극 같은 경우에는 병원 방문 전 시도하여 볼 수 있어 유용한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표를 참조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Carotid sinus = 경동맥동 [Common Carotid Artery by OpenStax College,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2122_Common_Carotid_Artery.jpg, CCBY]

 

 

대다수의 환자들에서는 발작성상심실성빈맥에 의한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심계항진이 발생할 때마다 미주신경자극 등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심계항진 등의 증상이 너무 빈번이 발생하거나 지속시간이 지나치게 길거나 하는 등 일상 생활에 지장이 줄 정도가 된다면 심장혈관내과에서 시행하는 전기생리검사 및 전극도자 절제술(electrophysiologic study and radiofrequency catheter ablasion)을 통하여 완치를 꾀해볼 수 있습니다. (해당 검사/시술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편하고 아픈 증상은 분명 충분히 걱정을 일으킬만한 증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경우(특히 현기증, 어지럼증 등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심전도, 심장 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한 번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증상이 있다고 하여 지나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심계항진의 과반수가 발작성상심실성빈맥 같이 실제로 유의미한 심장질환과는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번 글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어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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